Image credit: U.S District Court in the Central District of California
노스페이스는 2019년에 방수기능을 강조한 라인을 선보이면서 새로 디자인한 '퓨처라이트' 로고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약 230억 원이 투입된 캠페인으로 제품은 성공적으로 판매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스트리트 아티스트 퓨추라에게 메세지가 쏟아졌습니다. 노스페이스의 새 로고를 두고 협업을 한 것이 맞냐는 질문이었는데요. 퓨추라는 퓨쳐라이트 로고를 보고 자신의 시그니쳐인 '원자 atom' 이미지와 강한 유사점을 발견했습니다. (위의 사진 참고) 노스페이스가 로고 뿐만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신의 참여를 연상시키는 '퓨처라이트'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노스페이스 측에 항의했지만 인정되지 않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표권 침해로 사안을 캘리포니아 법정으로 가져간 것이 올해 1월의 일입니다.
퓨추라의 스타일은 이미 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나이키, 오프화이트, 꼼데가르송과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인 적 있었고 심지어 사건 이전에 노스페이스와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디자인을 찾는 팔로워가 포진한 인플루언서 아티스트입니다. 버질 아블로가 의뢰해 퓨추라가 작업한 셔츠 (아래 사진 참고)에서도 그의 모티브가 잘 드러납니다. 노스페이스의 캠페인이 나오기 직전에 발매된 것입니다.
Image: Futura x Virgil Abloh collaboration shirt in 2019, via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 instagram
노스페이스는 자사 로고와 퓨추라의 이미지의 유사성은 우연이며 상표권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법정에서 퓨추라를 "가끔 원자 모티브를 작품에 사용하는 자칭 스트리트 아티스트 (self-described street artist)"로 깎아내린 것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로 인해 노스페이스에 대한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과 문화계 인사들의 항의 의사가 소셜미디어에 퍼졌습니다.
이에 반응했는지 노스페이스는 7월 2일 자사 홈페이지에 "아티스트에 대한 우리의 존경심"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실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아무런 위반 사실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창조적인 아티스트와 그 커뮤니티를 지원하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호의의 표시로, FUTURELIGHT
원형 나노스피닝 로고 디자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사용을 중단할 것입니다. 이는 퓨추라와 그의 작품을 깊이 존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발표가 끝이 아닙니다. 아직 재판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퓨추라의 변호인측은 성명서가 게시되기 불과 몇 일 전에 노스페이스가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저작권 등록을 거치지 않았고 변형이 많은 유동적인 모티브이기 때문에 그의 이미지를 상표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요지의 반박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법률적으로 퓨추라의 이미지를 보호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론의 분위기에 의해 로고의 사용은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으나 상표권 분쟁 소송에서 지지 않겠다는 대기업의 이중성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퓨추라 변호인 측은 이를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를 파괴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만약 지적재산권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시그니처 스타일, 엠블럼 또는 로고가 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기업들이 동의나 금전적 보상 없이 알아보기 쉬운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특정 이미지를 사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