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The Lithuanian Pavilion at the Venice Biennale, 2019, photo by me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의 화제작 <태양과 바다 (마리나) Sun & Sea (Marian)>가 월드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리투아니아를 대표해 아티스트 Rugilė Barzdžiukaitė, Vaiva Grainytė, Lina Lapelytėm가 공동으로 제작한 오페라 퍼포먼스입니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수요일과 토요일, 하루 8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공연을 올렸습니다. 당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많은 관객이 몰려 리투아니아 파빌리온 앞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없었던 방문객들은 발길을 돌려야하기도 했습니다. 2년 전 기회를 놓친 이들을 비롯해 찬사를 아낌없이 받은 공연의 리뷰를 보고 기다리던 이들이 많습니다.
당시 이 공연에 잠시 자원봉사 배우로 참여했던 저에게도 (하핫) 반가운 소식입니다.
해변에서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는 서사를 갖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해변에 열세 명의 오페라 가수와 배우들이 느긋한 오후를 보내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관객은 그 모습을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가수들이 약 한 시간 반 동안 돌아가며 이야기하듯 노래하다가 합창을 하며 극을 이어갑니다. 각자의 상황과 심정을 지루한 투로 노래합니다. 클라이맥스 없이 진행되는 이 극을 "아무 것도 아닌 노래"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보통 사람의 사연을 담은 구전가요를 떠올리게 합니다. 글말보다 입말로 전하는 이야기에 실제로 다가오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극 중의 사람들은 해변의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그런데 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지 않지? 마치 봄 같아", "물 속에 플라스틱이 둥둥 떠다녀 해파리와 함께 수영하는 것 같아"라는 감상을 툭툭 내뱉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구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심각함을 드러내는 이 상황을,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을 시작으로 뉴욕, 필라델피아, 아칸소, 로스앤젤레스로 이어집니다. 베를린에서 7월 17일과 18일에 진행되는 공연은 텅 빈 수영장을 무대로 사용합니다. 뉴욕 공연은 9월 15일부터 26일까지 브룩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 (BAM)에서 열릴 예정으로 티켓 예약은 7월 27일에 시작됩니다. 기후환경변화에 대한 의미심장한 목소리를 내는 <태양과 바다 (마리나)>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