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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멧 갈라, 미술관에 뜬 스타들

Created
20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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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illie Eilish at the Met Gala, photo by Dimitrios Kambouris / Getty Images
멧 갈라 Met Gala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패션 분과라고도 불리는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기획된 연례 자선행사입니다. 매년 5월 첫 번째 월요일에 열리는 전통이 있었는데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주 7일 내내 열던 시절에 미술관이 쉬는 날은 딱 4일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첫 날 그리고 바로 이 파티하는 날이었습니다. 미술관이 그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행사죠.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올해의 파티' 라든지 '패션계의 오스카'가 대표적입니다. 이 파티에 끼지 못하면 셀럽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유명인이 참석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어서 못나왔는지 언론이 집요하게 파고들곤 합니다. 누가 누구와 함께 무엇을 입고 등장했는지, 걸친 주얼리가 얼마나 비싼 것인지, 매니큐어 색깔까지 분석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나 패션 브랜드에게 멧 갈라는 중요한 광고의 무대입니다. 브랜드가 티켓 비용을 대신 지불하고 셀러브리티를 초대합니다. 그들이 커스텀메이드 의상을 입고 미술관의 아이코닉한 계단을 오르는 순간이 전세계로 중계되고 사진으로 남겨집니다.
코스튬 인스티튜트가 준비한 전시 오프닝과 병행하여 행사가 치뤄지기 때문에 전시 주제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달라집니다. 올해의 드레스코드는 '미국의 독립 American Independence'으로, 전시 제목 <In America: A Lexicon of Fashion>에서 파생되었습니다. 미국 디자이너의 의상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톰 포드, 마이클 코어스, 랄프 로렌, 토리 버치와 같은 이름을 떠올릴 수 있죠. 많은 참석자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톰 브라운을 선택한 것은 컬렉션의 독특함도 중요하지만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큐레이터이자 수장인 앤드류 볼튼의 파트너라는 점도 무시 못 할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멧 갈라를 선두 지휘하는 사람은 패션 잡지 보그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입니다. 이번에는 호스트로 네 명의 젊은 스타들을 지정했는데요. 시인 아만다 고먼, 뮤지션 빌리 아일리시, 배우 티모시 샬라메,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 네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들입니다. 그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빌리 아일리시의 드레스로 선택되기 위해 패션 브랜드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앞으로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처음 브랜드의 제안을 거절했던 비건인 빌리 아일리시가 내건 조건이었다고 알려졌죠.
멧 갈라 티켓은 일인 당 3만 5천 달러 (약 4천 1백만 원)이며 테이블을 사는 경우 20만~30만 달러 (약 2억 3천만~3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어마어마한 가격이지만 초대를 못 받아서 못 가지, 돈 때문에 참석 못 하는 사람은 없다는 파티입니다. 티켓 판매 수익으로 조성된 기금은 코스튬 인스티튜트에 기부됩니다. 코스튬 인스티튜트 설립 당시 합의된 바에 따르면, 미술관의 부서 중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운영 비용을 충당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에 이 기금조성행사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행사 한 번에 평균적으로 150억 원에서 170억 원 정도의 기금이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보통 550명 정도가 초대되는데 이번 갈라는 규모를 줄여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4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쯤 되면 참석 요건이 궁금해지죠? 티켓 비용을 댈 수 있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만 해도 정문에서 파크 애비뉴까지 줄서야 할 정도입니다. 개인의 성취도, 유명세, 그리고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면 노려볼 만 합니다. 그리고 좌석배치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파워를 쥐고 있는 안나 윈투어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은 알만큼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행사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코스튬 인스튜트의 치프 큐레이터와 보그의 편집장일까요? 행사장으로 변한 전시장에 세워져있는 수천 년 전에 제작된 조각상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직원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 날이 미술관 스태프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는 날입니다. 참석자들의 긴 드레스 자락에 작품이 스쳐 쓰러지지 않을까 노삼초사한다고 하는데요. 4년 전에는 참석자 중 몇 명이 미술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셀피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인물 중 하나는 이번 미국 디자이너에게 큰 자리를 내어준 갈라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마크 제이콥스도 포함되어 있었죠. 소수의 지각없는 행동이었다고 사과했지만 미술관의 오랜 기부자들은 예술과는 상관없이 유명인 잔치일 뿐인 이 행사를 아예 취소해야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멧 갈라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파티라는 명성은 올해도 입증되었습니다. 화려한 행사의 면모와 한꺼번에 등장하는 유명인들의 동향을 취재하느라 미디어가 한참 들떠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이 무엇을 입었는지 궁금하다면 올해의 파티 의상 200장을 모아놓은 이 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
이제 남은 것은 전시네요. 미국과 패션이라는 주제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코스튬 인스티튜트가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전시를 소개하는 비디오를 보고 싶으시면 이 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