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Andy Warhol, Jean-Michel Basquiat (1982) at Christie's New York, photo by me
1982년에 앤디 워홀이 그린 장-미셸 바스키아의 초상화가 크리스티 옥션의 21세기 미술 이브닝 세일에 등장합니다. 예상가는 공식적으로 나와있지 않지만 약 23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한 점을 돋보이게 전시한 프리뷰만 봐도 이번 세일에 대한 기대를 짐작할 수 있지요.
황금빛이 도는 이 작품은 구리를 안료로 사용한 실크 스크린입니다. 표면 위에 번진 듯한 효과가 드문드문 나타납니다. 이게 무엇인가 하면, 점잖은 말로 하자면 '산화 작용을 이용한 효과'이고 쉽게 말하자면 '구리 물감을 칠한 표면 위에 오줌 싼 흔적'입니다.
그 유명한 워홀이, 그보다 더도 덜도 아니게 유명한 바스키아를 그린 작품인데다, 이 작품이 경매에 나온 것이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스키아가 먼저 워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바스키아는 이 초상화를 자신의 집이자 스튜디오에 걸고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는데요. 자신의 작품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을 들인 것은 이 작품 뿐이었습니다.
워홀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에 산화 작용을 이용한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캔버스를 구리나 금가루를 사용한 페인트로 칠한 후 자신이나 친구가 그 위에 오줌을 직접 뿌렸는데요. 그 밖에 땀도 사용해 봤다는군요. 잭슨 폴락과 같은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이 뿌리기(드리핑 dripping) 기법으로 작품을 만든 것을 그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사람은 워홀과 바스키아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컬렉팅한 피터 브랜트입니다. 피터 브랜트는 미국의 미술 잡지를 다수 소유한 출판계의 주요 인물이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컬렉터죠. 피츠버그에 있는 앤디 워홀 미술관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으며, 뉴욕과 코네티컷에 브랜트 파운데이션 공간을 열고 자신의 컬렉션을 정기적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휘트니 미술관이 2018년에 앤디 워홀 회고전을 열었을 때 이 작품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나 해석이 흥미롭기는 해도 이 작품의 재료 정보만큼 자극적일까요. 앤디 워홀의 <장-미셸 바스키아>. 잊혀지지 않을 거에요. 재료는 캔버스에 실크스크린, 금속성 안료, 아크릴 물감, 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