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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하니까 말인데 (냄새 박물관, 아니카 이)

Created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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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Inhaling A Billion Stars (2019) by Anicka Yi, photo by me
최근 오픈한 오되로파 Odeuropa는 세계 최초의 냄새 박물관입니다. "후각의 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냄새를 수집합니다. 이미 사라진 역사 속 냄새를 기록하기 위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토대로 재창조하기도 합니다. 후각으로 세계를 가장 먼저 만난다면 그것을 어떻게 묘사하고 보존할 수 있을까요? 2020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고학, 미술사학, 화학, 의학, 신경학, 철학, 언어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더 궁금하다면? 냄새 박물관 홈페이지
이쯤에서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카 이 Anicka Yi의 작품입니다. 2016년 휴고 보스상 수상자이자 2017년 휘트니 미술관 비엔날레 참여작가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기도 합니다. 후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아티스트인데요. 사랑에 빠진 십대의 땀이라든지 차이나타운의 한 구석을 담은 냄새를 통해 기억과 사고의 주관성에 대한 연결고리를 탐구했습니다. 냄새가 우리의 인식을 조종하는 약물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냄새가 다양한 면을 가진 조각처럼 공간을 차지한다는 생각으로 구성한 전시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놀랍도록 당황스러웠던 (전시장에 들어갔는데 어두운 방 한가운데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있고 그 냄새가 강렬하게 덮친다고 상상해보시면 왜 놀라고 당황했는지 아시겠죠) 과거 전시를 겪으면서 이 아티스트는 냄새 조각가일까, 인류학적 생물학자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각세계에 집중되어 있던 미술이 일찌감치 청각으로 확장되었고 후각과 촉각의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감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 새로운 시도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