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Jens Haaning, Take the Money And Run (2021), Courtesy of the Kunsten Museum of Modern Art.
덴마크의 쿤스텐 현대미술관으로 아티스트, 옌스 한닝 Jens Haaning에게 의뢰한 작품이 마침내 도착했을 때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빈 캔버스가 왔으니까요.
옌스 하닝은 권력과 불평등을 주로 다루는 사회비판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쿤스텐 현대미술관의 의뢰에는 하닝이 이전에 발표했던 특정 작품을 재구성 해달라는 구체적인 주문이 있었습니다. 전작에서 하닝은 덴마크와 오스트리아의 수입 격차를 주제로 실제 지폐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미술관은 아마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전시를 앞두고 하나는 작고 하나는 큰 캔버스 두 개가 배달되었는데 둘 다 손댄 흔적이 없는 하얀 캔버스였습니다. 약 1억 원 (53만 4천 크로네)의 제작비를 받고 만든(?) 이 작품의 제목은 <돈을 갖고 튀어라 Take the Money And Run>입니다.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하닝은 자신이 창조한 것이 개념미술이며 "내가 그들의 돈을 가져간 것 자체가 작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술 작품에는 다양한 면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 '예술이 가진 가치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존재해야 예술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하는 작품들이 끊임없이 제작되었습니다. 2018년 경매에서 낙찰되는 순간 파쇄된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를 떠올릴 수 있죠. 이미지가 뭉개지고 종이 조각이 되어버린 이것이 예술일까? 그것이 과연 15억의 가치가 있을까? 1958년에 이브 클라인의 전시장에 들어선 사람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텅 빈 방 (Le Vide, 1958)이었는데 그곳에서 예술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이러한 예는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하닝이 가장 최근에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이죠.
황당하지만 미술관은 일단 작품을 전시장에 걸어놓은 상태입니다. 전시의 주제를 자극적으로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는데요. <Work It Out>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예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미술관이 기대하는 것은 전시가 끝나는 내년 1월 16일까지 전시를 하고 빈 캔버스를 돌려주면 작가가 환불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하닝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미술관 측은 인터뷰를 통해 미술관과 작가가 맺은 계약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으며, 하닝이 내년 1월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