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Jacques Louis David, Antoine Laurent Lavoisier (1743–1794) and Marie Anne Lavoisier (Marie Anne Pierrette Paulze, 1758–1836) (1788).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질량 보존 법칙의 그 남자, 앙투안 라부아지에와 부인
그림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해보신 적 있나요? 이 그림 속의 우아한 남자의 이름은 앙투안 라부아지에입니다. 그의 시선이 부인인 마리 앤 라부아지에를 향하고 있고, 부인은 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라부아지에 부부는 프랑스의 지배 계급이었던 상류층에 속했습니다. 그들에게는 독특한 취미가 있었습니다. 자택에서 과학 연구와 실험을 했는데요, 그 결과로 산소의 정체를 밝혀내고 여러 가설들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발표한 가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질량 보존의 법칙입니다. 이제 기억나시나요? 라부아지에의 질량 보존의 법칙? 이 두 사람은 과학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과학자 커플로 기억됩니다. 작품 속 모습이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지요. 공간은 간소하게 표현되었고, 그들 주변에는 반짝이는 과학실험 도구들이 놓여있어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드러내고 있죠. 하지만 소장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복원팀이 최종적으로 완성된 그림의 층 아래에 존재하는 다른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그 발견에 대한 연구 결과를 9월 1일에 발표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Image: The result of X-ray fluorescence testing. Department of Scientific Research and Department of Paintings Conservation,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Originally published by S.A. Centeno, D. Mahon, F. Carò and D. Pullins, Heritage Science (Springer Open), 2021
엑스레이로 촬영한 작품의 아래층입니다.
작품의 화가인 자크 루이 다비드가 초기에 라부아지에 커플을 어떻게 그렸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부인이 쓰고 있는 화려한 모자가 시선을 확 끌어당기죠. 섬세한 장식이 들어간 값비싸 보이는 책상과 귀한 장서가 꽂힌 책장이 이 부부의 지위에 걸맞는 풍족한 생활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최후에 완성된 작품 속 모습은 옷도 수수하고 고급 가구도 붉은 벨벳 천으로 덮였습니다. 책장도 지워버리고 텅 빈 벽으로 덧발랐습니다.
왜 작품의 전체적인 톤과 방향을 바꾸는 대대적인 수정을 가한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발견에 대한 연구 발표에서 명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죠.
image: Jacques-Louis David's portrait of Antoine Laurent Lavoisier and Marie Anne Lavoisier, being reinstalled in the Met's galleries last November Eddie Knox
Oxford Films, 2020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귀족 자제에 법대 출신, 왕립과학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일찌감치 세금징수관이자 화약감독관으로 상류사회의 엄친아였습니다. 마리 앤의 아버지가 앙투안과 같은 기관에서 일하며 알게 되어 마리 앤과 혼인하게 되는데요. 열 다섯 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둘의 관심사는 같았습니다.
마리 앤은 연구를 돕기 위해 라틴어와 영어를 배워 번역을 돕고 화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실험을 기록하는 일들을 도맡았습니다. 이 커플은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그리고 저녁 시간과 주말을 꼬박 집 안에 설치한 화학 실험실에서 나란히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가 다비드는 이 부부의 초상화를 다음해 열릴 살롱전에 전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판에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라부아지에는 그의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혁명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정치적 스캔들에 휩쓸리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학아카데미의 임원이었던 라부아지에는 신문기자 출신이었던 장 폴 마라가 과학아카데미에 회원 가입을 신청했을 때 그의 논문이 공허하다며 반대했습니다. 앙심을 품고 있었던 마라는 이후 혁명 정부의 지도자가 되었고 혁명을 이용해 복수의 칼날을 겨누었죠. 라부아지에가 세금징수관 자리에서 횡령을 했다는 혐의를 씌웠고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것으로 몰아갔습니다. 결국 라부아지에는 체포되었고 옥살이 끝에 참수형을 당합니다.
이런 라부아지에의 말로를 예감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화려한 생활을 하는 귀족 커플보다는 과학에 헌신한 지식인 부부의 이미지를 선택한 것은 다비드의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이끌었던 신고전주의 작품 중 백미로 꼽히는 이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어있습니다. 이번 복원팀의 발견은 명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