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Vincent van Gogh, (from top left clockwise), Cabanes de bois parmi les oliviers et cyprès (1889), Meules de blé (1888), Knotberken (1889), and Jeune homme au bleuet (1890), image courtesy: Christie's
경매 프리뷰에 다녀와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전시장에서 본 작품들과 든 생각을 포스팅했는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왜 고흐 작품이 경매에 많이 나오는지 넘 궁금해요!"라고요.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이번 크리스티 경매 프리뷰에서 고흐의 작품만 네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 소품이 아니라 꽤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라 이렇게 한 번에 등장하는 것을 보기 드뭅니다. 그 배경에는 경매에 나온 고흐의 작품 세 점의 소장자 에드윈 콕스의 죽음이 있습니다. (위 사진 속 오른쪽 하단의 작품을 제외한 세 작품들이 콕스 컬렉션)
2020년 11월 5일에 타계한 에드윈 콕스 Edwin L. Cox는 텍사스주 달라스를 기반으로 했던 정유 사업가였습니다. 인상주의 미술 컬렉터이자 미술관 및 문화기관의 중요한 후원자였던 콕스가 남긴 작품들은 그가 오랫동안 곁에 두고 감상했던 것들입니다. 반세기 가까이 재판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장품은 짧은 소장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매에 나온 작품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총 23점), "미국에서 이만 한 인상주의 미술 중심의 개인 컬렉션이 당분간 다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콕스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로 구스타브 카유보트, 폴 세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소개되었습니다. 살짝 낯선 이름이지만 인상주의 역사상 중요한 작가인 카유보트의 작품이 큰 주목을 받고 있고요, 폴 세잔의 작품 역시 어느 미술관에 걸려도 주요 작품으로 꼽힐 수 있을 만한 수작입니다.
반 고흐의 작품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은 <Meules de blé> (1888) 입니다. 드로잉이지만 유화 작품 못지않은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네 가지로 제한된 색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색감, 밀도 있는 공간 구성, 생동감 있는 표현, 고흐의 특징인 자유로운 선이 잘 살아있지요.
이 작품에 복잡한 사연과 문제가 엮여있기도 한데요. 1940년 당시 소장자가 나치에 의해 작품을 강탈당했는데, 그 이후 소유자가 몇 차례 바뀌었다가,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유럽의 작품들을 뉴욕에서 판매하던 윌든스타인 갤러리가 에드윈 콕스에게 이 작품을 판매하게 됩니다. 이번 경매에 문제 없이 내놓기 위해 콕스의 상속자와 관계자들, 경매사, 과거 소장자의 후손들까지 모두 이 작품의 법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장 이력에 분명히 '나치에 의해 강탈당했던 작품'이라고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후손에게 합의금으로 지불될 금액이 고정된 금액인지, 낙찰가에 따른 비율로 합의가 되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당한 금액일 것입니다. 이제까지 반 고흐의 드로잉의 최고가는 약 140억 원 (£8.8 million)인데 크리스티의 예상 낙찰가는 230억 원에서 350억 원 사이입니다. 반 고흐의 드로잉 사상 최고가가 탄생하리란 기대가 이미 만연한 작품입니다.
반 고흐가 요양원 생활을 하던 시기에 제작한 작품, <Cabanes de bois parmi les oliviers et cyprès> (1889)는 그의 이름을 들으면 떠올릴 수 있는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상가를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470억 원대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꽃을 물고 있는 소년의 초상화인 <Jeune homme au bleuet> (1890)는 반 고흐가 죽기 한 달 전에 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작품 속 모델을 소녀라고 불렀는데 후에 소년이라고 바뀐 것입니다. (어떤 게 맞는건지?)
11월 11일 뉴욕 시간 저녁 7시에 라이브로 진행되는 콕스 컬렉션 경매를 통해 과연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여전한지 진단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의 현대 미술에 대한 인기 만큼 열기를 띄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