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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술가로만 구성된 경매가 열린다.

Created
202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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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taff holding Françoise Gilot's Paloma à la Guitare, 1965, via Sotheby's official website
6월 16일에 파리 크리스티 옥션에서 <Women in art>라는 제목으로 여성 예술가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경매가 열릴 예정입니다. 크리스티 옥션에서 '여성'만을 따로 모은 세일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러한 성격의 경매가 앞으로 계속 열리리라 예상되는데요.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었던 지난 5월 27일에 마감된 소더비의 <(Women) Artists> 온라인 옥션의 결과를 먼저 리뷰해보겠습니다.
런던 소더비 옥션의 <(Women) Artists> 온라인 세일은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경매였습니다. 다만 라이브 옥션이 아닌 온라인 옥션이라는 점에서 덜 모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00년을 아우르는 미술사 속 여성 작가들의 작품 57 점을 포함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소더비의 여성 작가 경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판매 총액 (약 72억 원)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예상가를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37%의 작품만이 예상가 이상의 낙찰가를 기록했습니다. 하이라이트로 꼽혔던 베르트 모리조의 작품이 유찰되는 유감스러운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세실리 브라운의 작품은 대체로 이번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는 것에 비해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많은 여성 작가들이 살아있을 때 왕성한 활동을 하고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후에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미술 시장에서 그들의 가격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이브닝 세일은 커녕 데이 세일에서도 잘 찾기 어려운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런 특화된 세일을 통해 새롭게 그들의 이름과 배경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과연 효과적인 전략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소더비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작품은 프랑수아즈 질로의 작품이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연인이었지만 유일하게 피카소를 먼저 떠난 여인이라는 배경이 이름 앞에 놓이곤 합니다. 그녀가 그린 작품보다 피카소가 그녀를 모델로 그린 작품이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곤 합니다. 피카소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딸, 팔로마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 이번 경매에 나왔습니다. 예상가의 7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습니다. 그 외에 이번 경매에 등장한 작품 중 높은 낙찰가 순서로 다섯 점을 꼽아보았습니다.(이하 사진 제공, 모두 Sotheby's official website)
프랑수아즈 질로
Françoise Gilot 의 <팔로마와 기타 Paloma à la Guitare>(1965)
14억 5천만 원 (922,500 파운드)
세실리 브라운
Cecily Brown <두 번 이야기된 일화들 II Twice Told Tales II> (1998)
9억 7천만 원 (620,000 파운드)
바바라 헵워스
Barbara Hepworth <형상 Figure (Imprint)>(1956)
9억 4천만 원 (595,800 파운드)
어마 스턴
Irma Stern <노란 숄 The Yellow Shawl>(1939)
5억 9천만 원 (378,000 파운드)
라헬 라위스
Rachel Ruysch <꽃, 나비, 곤충, 도마뱀, 두꺼비가 있는 정물화 Still life of flowers, with butterflies, insects, a lizard and toads, beside a pool>(1687)
5억 3천만 원 (340,200 파운드)
위의 리스트에서, 평면적인 20세기 중반의 회화 스타일을 드러내는 인물화 (프랑수아즈 질로), 불타오르는 듯 격렬한 추상화 (세실리 브라운), 섬세하게 재료의 본질을 드러내는 조각 (바바라 헵워스), 남아프리카 여성의 초상 (어마 스턴), 삶의 유한성을 은유한 정물화 (라헬 라위스)를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은 넓은 스펙트럼이죠. 이 작품들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경매에 내놓은 것이 과연 똑똑한 일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6월 16일에 열릴 크리스티의 <Women in Art> 경매는 더욱 넓은 영역을 커버합니다. 여성 패션디자이너의 의상과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작가의 출판물까지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아티스트의 성별이라는 카테고리를 고른 것 외에 어떤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과연 '여성'이라는 장르를 바탕으로 컬렉션를 구축하려하는 고객군을 고려한 것일까요? 복잡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Women in Art> 경매는 현재 뤽상부르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 화가들 1780-1830 Peintres femmes, 1780-1830> 전시와 퐁피두 센터의 <추상의 여성들 Elles font l'abstraction> 전시와 연결되어 모멘텀을 일으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동시대 남성 작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가격대 안에 맴돌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을 집중 조명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경매는 미술시장이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해야하는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