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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문화 파트너로 손을 잡았다.

Created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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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Lina Mendoni and Prince Badhr bin Abdullah bin Farhan Al Saud, credit: Saudi-Arabian Government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리스와 문화 분야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그리스가 가진 고고학 발굴 분야의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발표가 이뤄졌는데요. 사우디가 그리스와 손을 잡고 문화 분야에 직업을 창출하고 공동으로 기획하는 페스티벌과 전시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허나 이번 그리스와 사우디의 문화 분야 파트너십이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계약 체결과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위원장으로 2016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현대화 계획인 '비전 2030'를 발표했습니다.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종합개혁안입니다. 그중에는 자국을 아랍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던 젊은 지도자 빈 살만은 소프트파워가 가진 파급력을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해외 박물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왔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사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을 가진 나라로 만들기도 했고요. 그러나 한동안 브레이크가 걸려있었죠.
이번 파트너십 체결 발표에서 "우리 문화의 발전 전략의 일부인 국제 협력 프로그램이 판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늦춰진 바가 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문화 상품, 서비스, 인력이 상호 교환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계획대로 나아가고자 한다" 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의 문제는 판데믹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 예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을 종결하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국제 사회의 거리두기는 2018년 10월에 사우디 출신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리스트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한 이후 강해졌습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의 주요 문화단체들은 카슈끄지 사건 이후 "인권이 없는 곳에 문화도 없다"라는 목소리를 내며 사우디와의 문화 교류를 보이콧해왔습니다. 2020년에 캘리포니아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야외 현대미술 전시, 데저트 X가 사우디에서 전시를 진행하겠다고 결정하자 이에 반대하는 이사진 3명이 사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전시회, 엑스포, 라이브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 등을 유치하고 있는 사우디의 제안서가 세계 각국으로 배달되고 있을 겁니다. 고대 인류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알 울라 지역 개발이나 네옴 신도시 건설 등 규모와 역사적인 면에서 의미가 큰 사업이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손을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 양날의 검 중에서도 더 날카로운 한 면을 자꾸만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