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Jean-Honoré Fragonard's A Philosopher Reading (ca.1768-70), photo by Stephane De Sakutin/AFP/Getty Images
200년 넘게 대대로 물려 내려왔지만 소장한 가족이 그 가치를 알지 못했던 그림이 프랑스 경매에서 104억원 (£6.6 million)에 팔렸습니다. 소장자가 사망한 후 상속자가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감정을 의뢰를 했다가 발견된 작품입니다.
프랑스 에페르네에 있는 경매사 Encherès-Champagne Auction의 스페셜리스트인 앙투안 쁘띠가 그림의 정체를 밝히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앙투안 쁘띠는 상속세 책정을 위해 사망한 가족이 소유한 물품들의 가치를 매기기 위해 고용되었다가 이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작품을 보자마자 이 작품이 로코코의 거장의 것임을 알아보고 외부 전문가의 검증 과정을 거쳐 프라고나르의 작품임을 확인했습니다. 액자의 안쪽 면에서 발견된 화가의 사인이 결정적으로 진품 감정의 증거로 인정되었습니다.
<책 읽는 철학자 Philosopher Reading>라는 제목의 작품은 200년 넘게 이 가족이 대를 걸쳐 소유하고 있었는데, 보관된 장소 역시 크게 옮긴 적이 없어 작품이 비교적 좋은 상태로 보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액자 역시 오리지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768년에서 7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때가 프라고나르의 나이 30대 후반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기술적으로 완숙한 시기의 것입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1732-1806)는 18세기 프랑스 화가로 로코코 미술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로코코 미술 하면, 발그레한 뺨에 화장 짙은 눈과 높이 올린 헤어스타일을 연상하게 되지요. 프라고나르는 스승이었던 프랑수아 부셰와 함께 화려하고 장식적인 로코코 미술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 작가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제작했던 시기의 프라고나르는 달콤한 상상에서 나아가 명상적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이 들고 여윈 모습에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남성이 책에 깊이 빠진 것처럼 보이지요. 철학자로 지칭한 인물을 통해 지성에서 생의 진실을 찾으려는 모습으로 인간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모토톤에 가까운 색의 선택 역시 화사한 프라고나르의 스타일과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초상화를 약 열 점 남긴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번 발견으로 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거친 듯한 표현 역시 눈에 띄는데, 프라고나르 특유의 빠른 속도로 완성한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입니다. 손가락으로 물감을 찍어 바로 바른 흔적도 발견됩니다. "프라고나르가 로코코 스타일의 극단적인 섬세함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력 넘치는 붓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작품 속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프라고나르 작품의 진위 감정을 했던 전문가 중 한 사람이었던 스테판 핀타가 평을 남겼습니다.
프라고나르의 작가 인생에는 부침이 있었습니다. 한 때 부유한 귀족들을 고객으로 잔뜩 유치하고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크게 겪었습니다. 이 작품의 소유자였던 미니어쳐 화가이자 프라고나르의 친구인 피에르 아돌프 홀은 프랑스 혁명 이후 벨기에로 망명했는데, 그가 소유했던 대부분의 재산이 국가에 의해 압수되거나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1796년에 이 프라고나르의 작품이 홀연히 경매에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경매 이후 작품의 행방을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바로 최근까지는요.
<책 읽는 철학자>의 104억 원에 달하는 낙찰가는 추정가를 세 배 이상 훌쩍 넘긴 결과입니다. 두 개인 소장가와 런던을 기반으로 한 아트딜러가 작품을 두고 경쟁했으나, 최종 낙찰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경매 결과는 프라고나르의 작품 중 세 번째로 높은 가격에 낙찰된 기록을 남겼습니다. 2013년에 본햄스 경매에서 판매된 <Portrait of François-Henri, 5th duc d’Harcourt>가 270억원 (£17.1 million)을 기록하여 현재까지 최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