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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의 새로운 캠페인과 바스키아

Created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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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Photograph by Mason Poole, courtesy of Tiffany & Co.
이번 주의 화제는 비욘세와 제이지 커플이 등장한 티파니의 새 브랜드 캠페인이었습니다. 비욘세가 착용한 128.54 캐럿(!)의 옐로우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이제까지 세계에서 세 사람만이 착용한 적이 있는 특별한 것입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쇼윈도우를 들여다보는 유명한 장면에서 하고 있었던 바로 그 다이아몬드죠. 레이디 가가가 이 목걸이를 하고 2019년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티파니를 대표하는 보석으로 잠깐씩 세상에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었는데요. 광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광고 사진에서 또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티파니의 상징적인 컬러와 유사한 색을 사용한 그림인데요.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 작품, <이퀄스 파이 Equals Pi>입니다. 아트레터에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퀄스 파이>는 장 미셸 바스키아가 스타일이 확고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유명해지고 있던 1982년에 제작되었습니다. 1982년은 바스키아의 리즈 시절이라 불립니다. 바스키아의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판매된 작품 리스트를 보면, 상위 5점 중 4점이 1982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 및 광고와 관련해 몇가지 루머와 의문이 떠돌아 그 답안을 준비해봤습니다.
Image: Jean-Michel Basquiat, <Mecca> (1982), courtesy of Sotheby's
1.
비욘세와 제이지 커플이 소장한 작품인가? No.
바스키아의 <이퀄스 파이>는 티파니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사바디니 가족이 1996년에 소더비 런던 경매를 통해 구매해서 최근까지 소장하고 있다가 티파니에게 판매했습니다. 1996년 당시 약 2억5천만 원 (£155,500)이라는 지금의 바스키아 작품의 가격대와 비교하면 낮은 가격에 구매했습니다. 티파니가 이 작품을 위해 지불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바스키아의 최고가는 1200억 원이 넘습니다.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 역시 바스키아의 팬이라고 알려져있는데요. 이 작품은 아니지만 바스키아의 작품을 최소한 한 점 (위의 사진 속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image: Stefania Sabbadini and Micól Sabbadini in their Milan apartment with Jean-Michel Basquiat's painting, photo by Walter Pfeiffer, courtesy of W magazine.
2.
이 작품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 것이다? No.
<이퀄스 파이>는 바스키아가 1988년에 사망한 후 전시에 포함된 적 있었고 경매에도 두 번 나왔습니다. 2018년에 당시 소장가였던 사바디니 가족이 컬렉션을 공개하면서 W 매거진과 한 인터뷰에서 소파 위에 걸린 작품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어디에 있었는지 딱히 비밀은 아니었습니다
3. 바스키아가 티파니 색으로 그린 것이다? Maybe.
티파니앤코의 부사장이자 LVMH 회장의 아들,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가 티파니를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의 자료는 없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장 미셸 바스키아가 뉴욕을 사랑했고, 럭셔리와 주얼리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그림의 색상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색이 매우 구체적인 것으로 보아 오마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티파니 블루는 '로빈스 에그 블루'로 불리는 색상의 한 종류입니다. 로빈은 울새의 일종으로, 그 알이 녹색을 띄는 푸른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색이라고 불리는데요. 티파니가 1800년대 후반부터 사용하고 있는 이 특정 색상은 티파니 블루 Tiffany Blue 라는 이름으로 1998년에 상표(트레이드마크)로 등록되었습니다.
바스키아가 활동하고 있던 시기에 티파니 블루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기에 그가 티파니와 자신의 그림 속 색상을 연결시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추측일 뿐이죠.
image: (Left) Jean-Michel Basquiat,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Spring/Summer 1987 (Right) The cover of the New York Times magazine from 1985, photo by Lizzie Himmel.
바스키아와 패션
바스키아가 패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패션쇼 런웨이에 등장했다는 사실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바스키아가 1987년에 모델로 등장한 꼼데가르송 패션쇼의 사진(왼쪽)입니다. 아르마니 수트를 입고 찍은 사진 (오른쪽)이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실리기도 했고요. 맨발에 정장을 입은 젊은 흑인 예술가의 이미지는 당시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르마니 수트에 물감을 뿌려 커스터마이즈한 스타일로 행사나 식사 자리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스타일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만 하지요. 바스키아가 살아서 패션에 호기심과 관심을 보였던 만큼, 그가 떠난 후에도 패션계는 그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불러오고 있습니다. 티파니의 광고 사진 속 제이지의 제멋대로 삐쭉삐쭉한 헤어스타일이 바스키아 흉내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으니까요.
예상할 수 있었던 논란들
화제의 광고인지라 논란도 많습니다. 티파니의 옐로우 다이아몬드가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것과 반자본주의적 작가 정신 훼손이라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예상치 못한 논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바스키아를 인종 차별과 자본주의에 저항한 투사 이미지로 그려내곤 하는 미디어는 그의 작가 정신을 훼손하는 광고라며 비난하지만, 지루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았고 명성과 성공을 짧게나마 누렸던 바스키아였으니까요. 이 영민한 아티스트가 체제에 저항하는 투사였기를 바라는 것은 희망사항으로 보입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논란이 나올 것이란 예상은 남아프리카에서 온 다이아몬드로 만든 목걸이를 두고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노련한 PR팀과 법률팀을 갖고 있는 기업과 같은 카터스가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겠지요. 논란을 감수할 매력적인 협상 조건이 있었을 텐데요. 올해 1월, 티파니를 인수한 LVMH 그룹이 이어서 2월에 제이지가 소유한 샴페인 브랜드 아르망드브리냑의 지분 50%를 사들였습니다. 이 거래에서 광고 출연료와 비교도 안되는 큰 돈이 오고 갔을테고 그 거래의 조건이 무엇이었을지, 논란이 터졌을 때 어떤 반응을 하는 것이 합의되었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바스키아의 <이퀄스 파이>, 이제 뉴욕에서 만날 수 있다
바스키아의 <이퀄스 파이>는 티파니 뉴욕 매장에서 전시될 예정입니다. 직접 보면 정말 티파니 블루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윈도우 쇼핑에 나서볼 셈입니다.오늘은 팝컬쳐와 패션, 아트와 함께하는 아트레터였습니다.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