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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소더비 옥션의 매클로 컬렉션 경매

Created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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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Preview installation shot from the Macklowe Collection at Sotheby's New York, photo by me
부동산 재벌로 알려진 해리와 린다 매클로의 이혼만큼 요란했던 것을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이혼 직후 해리 매클로가 자신과 새 아내의 사진을 거대한 광고판으로 만들어 맨하튼 시내 중심에 있는 건물에 설치하는 자극적인 행동을 해서 그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지요. 재산 분배를 하는 과정 또한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이 57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룩한 부는 엄청납니다. 매클로가 소유한 회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비롯해 요트, 저택, 주식, 채권 등 천문학적인 숫자이지요.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하다시피 한 커플의 미술 컬렉션만 7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술 컬렉션을 둘러싼 싸움이 4년 이상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컬렉션을 간단히 나눠가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최초 구매 당시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가치가 훨씬 상승했는데, 미술품 감정사나 법률 중재자가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가치를 매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부부가 한 쪽은 가치가 높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낮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술 시장은 그 와중에 변하고 있어 중간점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컬렉션을 이룩하는 데 각자의 기여도가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주장하는 컬렉션의 가치 평가액이 2천억 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고, 싸움이 계속되자 뉴욕 법원은 65점의 작품을 매각해 수익금을 나눠 가지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경매 회사를 통해 판매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메이저 옥션 하우스인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3사가 컬렉션 매각의 플랫폼이 되기 위해 경쟁을 했고, 결국 소더비가 선택되었습니다. 소더비는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매클로 컬렉션의 판매를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경매 예상 총액이 크다보니 오는 11월과 내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리게 됩니다. 그 첫 번째인 11월 15일 경매의 하이라이트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image: Preview installation shot of Alberto Giacometti, <Le Nez> (1947/ cast 1965) at Sotheby's New York, photo by me
 알베르토 자코메티 <코 Le Nez> (1947/ cast 1965)
<코>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 세계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총 8점이 존재하는 이 작품의 몇 안 남은 개인소장품입니다. 현재 자코메티 재단, 허쉬혼 미술관, 오사카 시립 미술관, 루드윅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지요. 매클로 컬렉션에서 이번 세일에 나온 작품 중 가장 높은 예상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예상가 약 820억~1060억 원)
자코메티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겪은 정신분열적인 경험과 환각을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살아있지만 동시에 죽어있는 상태, 허공에 매달린 머리가 움직이지 못하게 갖혀버린 상태, 공포에 질려 소리지르고 있는 모습'으로 이 작품을 묘사했습니다. 큰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소더비는 프리뷰에서 이 작품에게 방 하나를 내주었습니다.
 마크 로스코 <제 7번 No. 7> (1951)
사람 키 보다 큰 세로 2미터 40센티미터 크기의 캔버스에 펼쳐진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제 7번>은 마주하는 순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강렬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로스코 특유의 스밈과 번짐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탁월한 작품이 다수 배출되었던 1951년에 제작되었고 보존 상태가 좋은 작품입니다. 자코메티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약 820억~1060억 원의 예상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앤디 워홀 <아홉 마릴린 Nine Marilyns> (1962)
다다익선을 실천했던 팝아티스트 앤디워홀의 초상화입니다. 한 번이 아니라 아홉 번에 걸쳐 은색 바탕에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실크스크린한 작품입니다. 워홀 특유의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죠. 예상가는 470억~700억 원입니다. 이 작품 외에도 워홀의 유명한 재키 케네디의 초상화 <Sixteen Jackies> (1964)가 이번 세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이 트웜블리의 대형 작품과 잭슨 폴락, 게르하르트 리히터, 아그네스 마틴, 파블로 피카소, 윌름 드쿠닝, 제프 쿤스 등의 작품이 나옵니다.
경매 결과를 짐작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매클로 컬렉션의 판매가 복잡한 이유 중 하나는 매클로 부부의 사회적 영향력도 있습니다. 개별 작품의 중요성을 떠나 이 악명 높은 이혼과 관련되고 싶지 않은 컬렉터들이 있을 겁니다. 컬렉션 판매에 반대했던 린다 매클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의 이사입니다. 같은 미술관의 이사진에 있는 큰손 컬렉터들이 린다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작품 구입을 망설일 수도 있지요. 해리 매클로는 사업적으로 적을 많이 만든 인물이어서 그에게 이득이 될 고가의 작품 구입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소더비 옥션은 해외로 시선을 돌려 꽤 많은 지역을 순회했습니다. 매클로 컬렉션의 프리뷰가 타이페이, 홍콩, 런던, 로스앤젤레스, 파리를 거쳐 뉴욕으로 돌아왔으니까요. 그 결과는 뉴욕 시간 11월 15일 저녁 7시부터 열리는 경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