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Laurence des Cars, photo by Alain Jocard via Agence France-Presse (Getty Images)
루브르 뮤지엄이 탄생 228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관장을 임명했습니다. 9월 1일부터 루브르 뮤지엄을 이끌 인물은 로랑스 데카르 Laurence des Cars입니다.
루브르 뮤지엄의 관장은 프랑스 정부에 의해 선출됩니다.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퐁피두센터 등 주요 뮤지엄의 관장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임기를 마쳐가고 있던 장-뤽 마르티네즈 현 관장이 과연 그대로 머물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번 발표로 루브르가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로랑스 데카르는 파리 소르본 대학과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19, 20세기 회화 전문가로 1994년에 오르세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되었습니다. 2014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관장으로 임명되었고 이어 2017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장이 되었습니다. 역사깊은 두 미술관을 이끌며 뮤지엄의 전시는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를 반영해야한다는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2019년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 <블랙 모델들: 제리코부터 마티스까지>를 통해 19세기 서양 회화 속에 표현된 흑인 여성들의 이미지를 주제로 전시를 열어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이 전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를 맺어 기획된 전시었습니다.
세계 2차 세계대전 중 강압에 의해 당시 소장자가 포기해야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나무 아래 장미 덤불>을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 정부 차원에서 작품을 반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사건은 3월 21일자 아트레터에서 다룬 적 있었죠?]
임명 발표 후 데카르가 가진 루브르 뮤지엄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전체 방문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관광객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미술관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젊은 관객들을 유치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미술관 개관시간을 늘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퇴근 후에 한 시간이라도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두고자 하는 것이죠.
문학, 음악, 무용, 영화 등 다양한 영역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해외 미술관 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미술관과 공동 전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 커버하고 있는 루브르와 인상주의와 그 이후에 집중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구분이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진다며 인상주의 세대와 올드마스터 세대를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췄습니다.
로랑스 데카르의 임명이 최초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프랑스 문화기관의 뿌리깊은 관행으로 돌아갔다는 지적 역시 있습니다. 현 관장인 장-뤽 마르티네즈가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가 출신만 가능하다는 미술관의 지도자가 된 경우로 주목을 받았으니까요. 데카르는 증조할아버지가 공작이고 증조할머니가 칠레 대통령의 딸이었다는 귀족 가문 배경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소설가였으며 아버지는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마르티네즈 관장이 최근 싸이 톰블리 재단측에 의해 고소당한 것이나, 유니클로와 디올과 같은 브랜드와 손을 잡고 것에 대한 반발이 차례로 터져나오면서 재임용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마르티네즈 관장은 루브르에서 물러난 후 문화유산 특별대사에 임명되어 활동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