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Karl Lagerfeld, photo courtesy of Sotheby's
샤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해볼까요?
2019년 2월에 85세의 나이로 타계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의 소장품 경매가 열렸습니다. 워낙 많은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어 총 3회에 걸쳐 경매가 열리게 됩니다. 그가 주로 거주했던 세 도시에서 12월에서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경매 시리즈입니다. 지난 12월 3일에서 5일까지 첫 번째 경매가 모나코에서 열렸고, 12월 14일과 15일에 걸쳐 두 번째 경매가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유행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두고 테이스트 메이커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칼 라커펠트가 그 중 하나였습니다. 거칠고 편견 가득한 언행이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30년이 넘게 샤넬이라는 거대한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며 유행과 스타일의 첨단에 있었던 그의 개인 컬렉션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거펠트 컬렉션 경매는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소장품과 개인 작업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라거펠트가 소장했던 다른 패션 디자이너들의 의상과 악세사리나 골동품 보다 큰 경쟁이 붙었던 아이템은 그가 그린 드로잉이었습니다. 자주 다니던 카페, Café de Flore 를 스케치하듯 그린 드로잉이 94,500 유로에 판매되었고, 1985년에 그의 연인이었던 자크 드 바셰와 안나 윈투어를 그린 드로잉이 50,400 유로에 낙찰되었습니다. 단순한 드로잉이라 별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는지 1,000 유로 내외로 예상가를 매겼던 소더비 옥션의 기대를 깬 결과였습니다. 전설의 디자이너를 그리워하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가 구매한 것인지 궁금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두 번째 경매에 나온 소장품의 90%가 예상가를 넘기는 가격에 낙찰되었습니다.
이번 경매에서 라거펠트가 현대 가구를 폭넓게 수집했던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마크 뉴먼, 지노 사르파티, 마리아 퍼게이의 가구를 비롯해 한국인 디자이너 박원민의 의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밖의 다른 소장품 판매 결과가 궁금하다면 소더비의 공식 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칼 라거펠트 소장품 경매의 마지막은 내년 3월에 쾰른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