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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냄새 안 나? 아니카 이의 테이트 모던 전시가 오픈했어.

Created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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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Anicka Yi: In Love With the World> Hyundai Commission, Tate Modern, photo by Joe Humphrys, courtesy Tate.
런던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에서 10월 12일부터 <현대 커미션: 아니카 이 Anicka Yi: In Love With the World>가 열립니다. 초대 작가인 아니카 이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입니다.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대 커미션은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2014년에 맺은 장기 파트너십입니다.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지원하기 위해 테이트 모던의 전시장인 터바인 홀에서 매년 대규모 전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카라 워커, 필립 파레노, 수퍼플렉스 등 쟁쟁한 아티스트가 야심찬 작품을 이를 통해 발표왔습니다.
아니카 이는 화력 발전소로 쓰였다가 테이트 모던이 된 건물 자체의 역사에 주목해, 과거 기계실이었던 공간을 다시 기계로 채웠습니다. 에어롭스 aerobes라는 이름의 공중에서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만들었는데요. 내부는 헬륨을 채워져있고 배터리로 작동하는 작은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해파리 촉수 같은 부분을 오므렸다가 펼치면서 모였다가 흩어지기도 합니다. 관람객의 생체반응을 감지해서 움직이도록 설계돼 사람들이 모인 곳 위에 몰리기도 합니다. 높은 천장을 지닌 홀에 떠서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해파리처럼 투명한 기계를 보고있자니, 마치 수족관 안이나 바닷 속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기계의 자연사'라 부르는 개념을 제시하는 아니카 이는 기계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 내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 속의 장기가 신체와 감각기관을 통해 학습을 하여 진화를 거듭한 것처럼, 기계가 진화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인간에게 도움이 되거나 위협이 되지 않는, 그저 존재하는 기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기계가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만든 부드러운 기계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아니카 이는 시각적인 경험이 지배하고 있는 예술에 다양한 감각을 불러오는 아티스트입니다. 특히 후각을 이용한 작품으로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이전 뉴스레터 (2021년 6월 6일자)에서 아니카 이의 냄새 작품을 다룬 적 있었지요. 이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신진대사에 다양한 자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에어롭스가 테이트가 위치한 주변 지역에서 채취하거나 특정 시대를 암시하는 냄새를 방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흑사병이 돌았던 14세기에 사용했던 향신료의 냄새입니다. 그 냄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현대인은 아마도 없겠죠. 시각적 자료로 주로 기록되는 인류의 역사에 더 다양한 감각을 포함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입니다. 아니카 이의 후각에 관심은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2020년을 통과하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후각을 일시적으로 잃었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더욱 그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아니카 이는 이번 현대 커미션을 통해 미래 사회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테이트 모던의 아니카 이 전시는 2022년 1월 16일까지 계속됩니다. 영상으로 만나고 싶으시다면 여기 [AP 유튜브] 를 클릭하세요.